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.
그간 행복에 대해서 크게 생각 않고, 그저 소소한 일상들을 즐기며, 그게 당연한 듯이 거의 반평생을 살아온 듯 하다. 그저 이 나이에 내가 그 정도는 누리는게 당연한 것처럼.
그러나, 막상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일상을 덮치고, 내가 누리던 당연한 것들이 하나둘씩 제약을 받기 시작하면서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현실이 되는걸 받아들여야 했고, 그 과정이 참 힘들었더랬다.
행복을 느끼고 있는건가, 그 의미조차 찾지 못한 채 어느 새, 2년의 세월은 잡을새도 없이 흘러갔고, 일상을 견뎌내는 것도 벅차 우울감에도 좀 허덕였었다.
그런데, 아우슈비츠에서 겨우 살아남은, 젊은 시절을 고통 속에 통째로 날려버린, 100살의 이 할아버지가 행복을 논하다니. 어쩜 이다지도 아이러니한지.

한 때 남부럽지 않은 풍족한 삶을 살았던 저자 에디 제이쿠가, 행복의 삶에서 죽음의 공포까지 떨어지는 과정들,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꼈던 슬픔, 절망, 공포...그리고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 담담한 문체로 써내려간 이 책은,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. 이미 알고는 있지만, 너무 익숙해 놓쳐버린 주변의 행복들까지도 속속들이 말이다.

참 읽기 편한 책이었다.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고통스럽고, 참혹했음에도 저자의 격앙된 감정 대신, 인생의 끝자락에서 담담하게 회고하는 관조적 시선 때문이겠지...그래서, 나 역시 눈물 짓기 보다는 그 인생을 견뎌낸 그를 격려하며, 부디 더 고통스러운 인생만 아니었길 바랬다.
다행히, 그는 그 진창을 건너, 결혼도 하고, 남은 인생을 베풀면서 행복을 전도하는 멋진 노인이 되었다. 다음 세대를 이끄는 아이들의 투쟁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, 그들이 이 세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...본인의 삶을 건너 다음 세대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베품까지도 아는 존경스런 노인으로 말이다.

함께 나눌 사랑으로 언제나 충만하시길.
날아돌만큼 건강하시기를.
그리고 서로 아껴주누 친구들로 넘쳐 나시기를.

그가 들려주는 행복의 주문은 큰 것이 아니었다. 나와 내 주변을 항시 소중히하고, 감사하라는 것. 죽음을 건너온 이의 당부만큼 내 마음에 콕 박히는게 더 있을까 싶다.

그래, 나도 행복할 수 있다. 행복은 결국 만드는 자의 것이니, 그처럼 나 역시 세상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멋진 노인으로 나이들어가고 싶어진다.